건설산업은 국내 경제의 근간이자 국가 인프라를 만드는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산업재해 발생률도 가장 높다. 2024년 사고 사망자는 328명으로 전체 사고 사망자의 40%를 차지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 사망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은 건설산업의 고령화 현실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산업재해는 개인과 가정의 불행은 물론 기업 생산성 저하와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되므로 이제는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문제의식을 갖고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안전 R&D(연구·개발) 지원, 스마트건설 지원센터 운영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안전 혁신도 이끌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으로 건설사들도 안전 관리 투자를 미룰 수 없게 됐다.
글로벌 스마트 건설 시장은 연평균 10% 넘게 성장하며 2030년에는 수천억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아시아는 인프라 투자 확대와 안전 규제 강화로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 국내 시장도 정부 지원, 민간 수요, 건설 현장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이 맞물리며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트렌드를 보면 변화의 방향이 뚜렷하다. 웨어러블 IoT(사물인터넷) 디바이스는 이미 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안전모, 스마트밴드, 작업복에 부착된 센서 등으로 근로자의 심박수, 체온, 움직임을 실시간 수집한다.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관리자에게 즉시 알려준다. 이는 사고 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AI(인공지능) 기반 위험 예측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 재해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날씨, 유해 물질 농도, 작업자 생체 데이터 등을 종합해 사고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를 통해 관리자는 현장별 위험도를 미리 파악하고 작업 계획을 조정하거나 안전 조치를 추가로 취할 수 있다.
아울러 공공데이터와 위치 기반 서비스의 활용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재해 통계, 날씨 데이터, 지역별 의료 인프라 정보를 연계해 현장 맞춤형 위험지수를 계산할 수 있다. 근로자는 가까운 검진 병원이나 안전 교육 기관을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찾아 예약할 수 있어 편의성과 안전성이 동시에 높아진다.
클라우드 기반 통합 관리 플랫폼 역시 현장 효율성을 높여준다. 관리자가 근로자 등록, 안전교육 이수 현황, 건강검진 결과를 한 화면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반복적인 서류 작업 등이 줄어들어 관리자가 본연의 안전 관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실제로 디지털 안전관리 플랫폼을 시범 도입한 현장에서는 긍정적 결과가 나타났다. 근로자의 건강검진 병원 방문 시간이 1~2시간에서 5분으로 단축됐고 종이 문서 작성과 제출 시간도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관리자는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안전교육과 예방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 사고 예방에 기여했다.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의 도입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초기 구축 비용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사고 예방, 생산성 향상,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가져온다. ESG 경영이 강화되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안전 투자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정부 지원, 기업의 기술 혁신, 현장의 적극적 수용 등이 어우러지면 건설 현장은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산업재해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리스크다. 기술과 데이터, 제도를 결합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누가 먼저 준비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산업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다. 국내 건설산업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려면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글/이영규 건강디딤돌365 대표